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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8)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우리 문단 신선한 활력소! 추리소설 작가 허강일!

극작가, 시인, 기자로서의 허강일이 펼쳐보이는 숨막히는 드라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치 앞도 내다 볼수 없는 운명의 대결! 지금 펼쳐집니다.


 화목련재


 허강일  장편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


26

비스듬하게 뻗은 층계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간 후 오른쪽으로 굽어들면 끝머리 쪽에 VIP방이 보인다. 밖에서는 복무원들이 차렷 자세로 대기하고 모르는 사람들의출입을 막고 있다. 발걸음도 조용히움직이는 걸 보면 방 안에는 존귀한 손님들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방 안에서는 건설은행 안과장과 사채업자 민혁 그리고민혁의 비서 가려까지 열심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시는 안과장이였지만 가려가 부어주는 모태주는 한잔도 싫다는 말 없이 드는 족족건배하였다.

오늘따라 가려는 가슴이 깊게 패인 원피스를 입었는데술잔을 따를 때마다 풍만한 가슴이 당장이라도 튀여나올 것만 같았다. 취기가 오르자 진담도 거침없이 튀여나왔다.

민혁이가 모태주를 꺼내든 것도 바로 안과장의 진심의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암만 봐도 300만원은 날아간 것 같습니다. 차용증을 못 내놓는데야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안과장님.”

민혁이가 조금은 혀꼬부라진 소리를 하였다.

“하긴, 이상하게 없어졌어…”

안과장이 가려가 건넨 술잔을 비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돈이라는 건 순리를 따라야 한다면서 왜 속을 썩이세요. 여기 안과장 오빠가 방법을 댈 수 있으면 돈이 들어오는것이고 못 대면 별수 없는 것이지무. 안과장님, 저의 말이 맞죠?”

가려가 어깨로 안과장을 슬쩍 건드리면서 말했다. 가슴이 어찌나 큰지 팔이 닿기도 전에 뭉그적한 젖가슴이덮여왔다.

“이 바닥에서 형님에게 방법이 없으면야 별수 없지. 저는 그저 형님만 믿습니다. 여지껏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겁니다.”

민혁이가 입에 묻은 술을 주먹으로 훔치면서 말했다.

안과장이 가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민혁이가 없으면 손을 넣어 가려의 풍만한 가슴을 주물럭거려보고싶었지만 민혁의 앞이인지라 차마 손을 더 이상 내리뻗지 못했다. 

“사실 주회장 마누라는 그 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잘 몰라. 게다가 차용증까지 없어졌으니까 그 본인은 어쩔 수없는 거지.”

“그렇다면…”

민혁이가 두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세를 고쳐 바로앉았다.

“내가 이렇게 이쁜 미녀를 곁에 두고 거짓말 하겠나? 결과는 봐야하겠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 돈을 찾게 되면 우리 셋, 주회장 마누라와 너 그리고 나까지 셋이서 먹자.”

안과장이 가려의 엉뎅이를 슬쩍 건드리면서 호방하게대답했다.

“그럼 나만 빠지네. 전 인젠 술 안 먹겠어요.”

가려가 짐짓 새초롬해서 말했다.

“어? 그런가? 하하하하. 남자 돈은 곧 녀자 돈이 아니겠나. 안 그래? 민사장?”

안과장이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요. 녀자들이야 뭐, 검정 가재미를 하나 달고 하늘 땅을 다 차지하고 사는데요 뭐.ㅎㅎㅎ”

민혁이도 너스레를 떨었다.

자기가 따먹은 녀자를 안과장이 가져가든 김과장이 가져가든상관없다. 안과장을 꽉잡을 수만 있다면 안과장과 가려가 밥상 우에서 섹스를 한다고 해도 눈을 감아줄 민혁이였다. 그가 오늘 안과장과 가려를 붙인 리유도 단 하나, 안과장을 잡기 위해서이다. 안과장도 그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 눈독을들였던 가려가 눈앞에 있는지라 허장성세를 부리고 싶었고 가려의 마음을 끌고 싶었다.

안과장의 실속말을 다 들었고 안과장 역시 가려의 마음을충분히 잡았다고 생각한 민혁이는 취한 듯 눈을 감았다. 술상을 끝내자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 자, 인젠 끝내지뭐. 가려씨, 민사장이 취한 것 같으니 빨리 방에 모시오.”

안과장이 말하자 잠자는 것 같던 민혁이가 눈을 벌컥뜨면서 손사래를 쳤다.

“오늘은 마누라한테 가야 해. 오늘까지 안 가면 맞아죽어.”

민혁의 말에 두 사람은 한바탕 웃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갈 거니까 가려, 넌 안과장에게 방을 하나 열어줘라. 아니, 내가 열어놓은 방에 모셔라.”

민혁이가 일어나자 안과장도 일어났다.

“나가서 택시를 잡아주기오.”

비틀거리는 민혁이를 앞세우고 호텔 문을 나서자 택시가스르륵 달려왔다. 가려가 민혁의집주소를 알려주자 택시는 꼬리치듯 하얀 연기를 날리면서 사라졌다.

또 한대의 택시가 왔다.

“안과장님은 호텔방에서 쉬세요. 전 택시를 타고 가면 돼요.”

가려가 안과장에게 인사하면서 택시에 올라탔다.

“술을 같이 마시고 녀자를 혼자 보낼 수는 없지,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안과장이 사람 좋게 웃으면서 가려 곁에 올라탔다. 사양하는 것 같던 가려가 안과장이 정작 올라타자 눈을살포시 감았다가 올리뜨며 한마디 했다.

“안과장님, 감사해요.”

약속이나 한 듯이 두 사람의 손이 잡혔다. 가운데 손가락으로 가려의 손바닥을 긁자 가려는 흥분을참지 못하는 듯 신음소리를 내며 안과장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였다. 좋은 신호였다.

택시는 곧바로 안과장의 비밀거점, 이루빠로 향했다. 

“택시번호 us33tt입니다. 방금 출발했습니다.”

호텔 문어구에서 거들어주던 복무원 차림의 젊은 청년이택시가 떠나가자 조용히 어덴가 전화로 알려주었다. 공안국 부국장 강호의 사람이였다.

 


검은색 승용차에 몸을 숨긴 강호 부국장 일행은 이루빠 1단원과 멀직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 채 목표물이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목표가 로출될가바담배도 피우지 못하고 이들은 지금 두시간 넘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제길 오래도 하네.”

결혼한 지 한참 되는 털보형사가 시간을 보며 툴툴거렸다.

“조금 있으면 나오겠지뭐. 물개 좆을 먹은 것도 아니고. 간대루사 온 저녁 하겠소?”

갓 결혼한 애숭이 경찰이 입을 쩝쩝 다셨다.

이맘 때면 한참 마누라를 안고 잘 시간이기 때문이다. 불륜 현장을 덮치는 것도 아니고 불륜이 끝나기를 기다린다는것이 우스워 이들은 육담패설을 이어갔다.

강호가 시계를 들어보았다. 저녁 열두시가 거의 되여가고 있었다.

“나올 때 된 것 같구나. 인젠 말하지 마라.”

강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8층 아빠트 불이 켜졌다. 잠시 후 아빠트 문이 열리더니 남자의 모습이 먼저나타났다. 건설은행 안과장이였다.

안과장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하얀 원피스에 채양이 긴모자를 눌러쓴 녀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채업자 민혁의비서 가려였다.

“쳐들어갈가요?”

안과장과 가려의 모습이 사라지자 젊은 경찰이 강호에게물었다.

강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눈길을 떼지 않은 채 출입구만 지켜보았다. 정적이 깃든 아빠트단지 안은 고요했다. 오가는 차량의 엔진소리만 들릴 뿐 삼라만상은 태동을멈춘 것만 같았다.

10분이 흘렀다.

또 10분이 흘렀다.

“분명 나타날 것이니까, 정신을 집중해라.”

강호가 기다림에 지쳐 졸음을 해대는 경찰들에게 말했다. 말이 끊어지기 바쁘게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은 차량한대가 굴러왔다.

“쉿, 나타났다.”

강호가 마치 밖에서 듣기라도 하듯이 조용히 말했다.

차는 아빠트단지 입구에 멈춰섰다. 잠시 후 운적석에서는 모자를 꾹 눌러쓴 키가 자그마한청년이 내렸다. 주위를 살펴보던청년은 익숙한 솜씨로 아빠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옳다, 바로 저놈이다.”

강호가 날 듯이 차에게 뛰여내렸다.

“차 번호판을 달지 않았습니다. 국장님.”

젊은 경찰이 방금 들어온 차량을 가르키며 말했다.

“알았어, 빨리 문을 열어라. 증거를 잡아야 하니까…”

젊은 경찰이 만능열쇠를 갖고 문을 열자 강호 일행은복도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는 8층에 머물러있었다. 이 아빠트에는 한개 단원에 엘리베이터가 하나 밖에없다. 엘리베이터가 8층에 머물렀다는 것은 가려가 방금 8층에서 타고 내려온 것을 누군가 다시 타고 올라갔다는것을 설명한다.

“주민들을 놀라게 하지 말고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

“네, 알겠습니다.”

두 경찰이 짧게 대답했다.

두 경찰을 엘리베이터 출입구에 세워두고 강호는 대문밖에 나갔다. 젊은 경찰들을실전 단련시키려는 목적도 있거니와 이외의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엘레베이터가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8층, 6층, 1층…

어둑시레한 복도에 하얀 불줄기를 가느다랗게 비추면서엘리베이터가 내려오더니 문이 열렸다. 환한 등불 속에서채양이 긴 모자를 눌러쓴 얼굴이 통통한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사채업자 장보의 끄나풀인 강표였다.

“꼼짝 마. 경찰이다!”

마주선 경찰이 경찰증을 내들고 낮고 위엄있는 목소리로말했다.

“아, 아니, 왜 그러십니까?”

경찰의 이외의 출현에 덴겁한 청년이 말을 더듬는 사이에다른 한 경찰이 청년의 목덜미를 잡았다.

“조용히 갑시다.”

“아니, 왜, 왜 이러십니까? 사, 사람…”

강표가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앞에 섰던 털보숭이 경찰이강표의 복부에 한주먹 안겼다.

“푹!”

강표는 찍소리 못하고 꼬꾸라졌다. 털보 경찰이 쌀마대를 메듯 강표를 메고 입구로 향했다. 잠간 사이에 일이 끝났음을 알게 된 강호는 밖에서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커가는 후배들의모습이 대견스러웠던 것이다.

 

27

정양로에서 북쪽으로 200여메터 올라가면 령사관으로 통하는 길 오른켠 2층에 새로 오픈한 강뚝 꼬치집이 있다. 연길에서 소문놓은 강뚝 꼬치는 청도에 첫 체인점을열고 성업에 들어갔다. 날마다 인산인해를이루고 있는 꼬치집이지만 이른 오전인지라 복무원들만 오갈 뿐 다른 손님은 없었다.

9시 30분, 약속시간 반시간 전에 도착한 미나지만 차마 올라갈면목이 없어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만나서 무엇부터말했으면 좋을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남편 주회장과 운우지정을 나누면서도 생각했던 남자, 비록 살을 섞은 사이는 아니였지만 마음속의 백마왕자였고열렬하게 애모했던 첫사랑이였다.

‘어차피 만나게 될 사람인데 얼마나 그리웠던 사람인데…’

약속 5분을 앞두고 미나는 차에서 내렸다. 어쩌면, 이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못 볼 수 있다는 생각이들자 미나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한번 만나고천길나락에 떨어진다 해도 두려울 것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기를 버리고 달아난 못난 녀자를 기억해주고 찾아준 진성의 얼굴을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층계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잘생긴 남자 복무원이 깍듯이 경례를올렸다.

“강미나씨 맞죠?”

“아, 네.”

자기 이름까지 불러주자 미나는 깜짝 놀랐다. 그는 복무원의 안내 대로 ‘광한루’라고 씌여진 독칸에 안내되였다.

“자, 들어가십시오.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복무원이 가볍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미나는 떨리는 발걸음을 차마 옮길 수 없어입구에 선 채 눈을 감았다.

“아, 미나, 반갑소. 반갑소. 미나!”

입구를 마주 향해 앉았던 진성이가 걸걸한 목소리로호탕하게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고 다가왔다.

“진성씨!”

미나는 떨리는 입술로 간신히 내뱉고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떨어졌다.

“흑흑, 면목 없어요.”

“아니, 아니, 무슨 얘기를… 자, 자, 앉소, 앉소.”

진성의 크고 뜨거운 손이 마주앉은 미나의 작고 보드라운손을 보듬어쥐였다.

“얼마만이요?”

진성이가 미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웃었다.

“모르겠어요. 세상 일을 모르고 산 지 한참 되였어요.”

미나가 진성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수줍게대답하였다.

“15년이 흘렀소 15년이. 미나는 여전히 아름답구만, 여전해. 하하하.”

진성이가 복무원이 주문해놓은 양고기구이를 올리는 것을보며 말했다.

“옛날, 돈이 기막히게 없을 때 하나에 30전짜리 양고기뀀을 한 사람이 두개씩 사먹고 기뻐하던생각이 나서 여기로 잡았소. 자, 오늘은 하나에 30전이 아니라 300원짜리라 해도 우리 실컷 먹기오. 실컷 먹고 실컷 놀고 실컷 웃고… 안 그래? 미나야.”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요. 오늘 그저 실컷 울고 싶어요.”

미나의 초랑초랑한 눈망울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아는 진성이가 자리에서일어나 미나 곁에 다가갔다.

“다 알고 있소. 다시는 눈물이 없도록 지켜주고 싶구만 미나!”

“미안해요. 진성씨!”

미나의 떨리는 입술에 진성의 두꺼운 입술이 덮혔다. 긴 말과 해석이 필요 없는 옛 련인의 만남이였다.

 

28

보룽광장 완커아빠트 16층에는 얼굴이 통통한 젊은 청년이 수갑을 찬 한쪽손을 책상다리에 고정한 채 젊은 경찰을 마주하고 앉아 심문을 받고 있다.

사채업자 장보의 수하 강표였다.

좀도적들의 특성은 쉽게 접수하고 쉽게 까먹으며 쉽게반복한다. 말하자면 붙잡히면다 불어버리고 나오면 다시 도적질을 하며 잡히면 다시는 아니 그러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나 오늘 잡힌 놈은 좀도적의 특성도 있지만 양아치에가까운 특징과 하이에나 같은 야성도 깃들어있었다. 하이에나는 일반적으로 사자, 독수리 등 맹수들의 사냥감을 도둑질해 먹는 것으로유명하며 사냥도 매우 잘한다. 특히 협동해서사냥할 때에는 매우 큰 짐승도 하이에나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강표가 특정된 인물을 지정하고 불륜현장을 몰래 찍을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담대하고 큰 고기를 낚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하였기 때문이다. 여지껏 몰래 찍은 동영상을 배포하지 않고 소장하고있는 것만 봐도 그가 노리는 것이 단순한 한방인 것이 아니라 거대한 집단을 겨냥한 큰 목표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놈은 치명타를 날려 다스리지 않으면 안된다. 때리거나 족치는 건 일시적인 효과 밖에 볼 수 없다. 다른 칸에 앉아서 동영상으로 강표의 얼굴 반응과 수사에응하는 자세를 지켜보던 강호가 나왔다.

“강표라고 했지?”

강호가 아무런 일도 없는 듯이 강표에게 물었다.

“네.”

강표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우린 초면이 아니니까, 허물없이 얘기 나누자고…”

강호가 젊은 경찰에게 눈짓하였다. 수갑을 풀어주라는 뜻이였다.

강표의 눈빛이 의아스레 변해갔다.

“전 초면인데요.”

“그렇겠지. 초면이겠지. 나는 너를 봤지만 넌 나를 처음 봤으니까…”

강호가 말하면서 담배를 꺼내주었다.

“널 잡아넣으려면 난 직접 공안국에 끌고 갔을 거다. 그러나 여기로 데려다 놓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너 자신도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강호가 라이터를 켜서 강표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며말했다.

강표가 참았던 허기를 달래듯 담배를 힘껏 빨아들였다.

“난 새로 부임한 공안국 부국장 강호라고 한다. 난 너에게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넌 아주 똑똑한 사람이니까…”

강호의 말을 들으며 강표는 앉은 자리에서 어쩔 바를몰라하였다. 강호라는 부국장이새로 왔다는 것은 들었어도 직접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강호 국장은 자기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어디까지 진실인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도저히 종잡을 수 없었다.

좀도적으로 나쁜 일을 평생 직업처럼 삼고 살아온 강표는경찰에 한두번 잡힌 것이 아니다. 매번 잡혔을때마다 그는 파출소나 형사경찰대에 가서 날을 새가며 혼 떨어지게 취조 당했고 얻어맞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이번은 생뚱같이 살림집으로 끌려왔다. 게다가 수갑까지 풀어준다. 심문이 아니라 심심해서 나누는 대담 같은 분위기다.

강호가 담배재를 재털이에 털어넣으며 강표를 보지도않고 말했다.

“현재 너의 앞에는 두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나의 사람으로 나의 보호를 받는 길이고 다른하나는 법적 처벌을 받는 길이다.”

강표는 강호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물론 내 사람으로 나의 보호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네가 나보다도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네, 알겠습니다. 성실하게 말하겠습니다.”

강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굽혀 대답하였다.

“그렇게 인사치례 할 필요까지는 없어. 앉아서 대답해, 솔직하게, 숨기지 말고…”

“네, 성실히, 성실히 털어놓겠습니다. 저, 잠간 대변을 좀 보고 와도 될가요?”

강표는 참기 힘든 표정을 지으며 강호에게 말했다.

“그래? ㅎㅎㅎ”

강호가 너털웃음을 웃어댔다.

강표는 강호 부국장의 이외의 웃음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손만 비벼댔다.

“가봐라.”

“네, 감사합니다.”

강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 문잡이를 잡았다.

“명심해라, 우리 화장실 변기는 종이는 먹어도 미형카메라는 먹지 않는다.”

강호 국장의 말이 비수처럼 뒤에서 날아왔다.

“네?!!”

강표가 와들짝 놀라 멈춰섰다. 등허리에 식은 땀이 났다. 다 알고 있으면서 여지껏 호주머니도 들추지 않았다는것은 알 만큼 안다는 얘기가 아닌가?

“지난 11월 18일 오후 2시 28분, 너는 안과장의 세집에 들어가서 탁상등 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지.”

강호가 무덤덤하게 하는 말에 강표는 하마트면 고개를끄덕일 뻔했다.

맞다. 바로 11월 18일에 설치했다.

발음 그대로 십팔 날에 씹 기록을 남긴다면서 혼자중얼거렸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너는 오늘 안과장이 녀자를 데리고 자러 온다는 것도 알고 그들이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가지러갔어.”

강호는 교과서를 외우듯이 강표의 행적을 그림처럼 그려냈다.  강호의 여유 넘치는 행동 앞에서 강표는 서서히 무너졌다.

“난 네가 언제 어데서 어떻게 출발했고 누구에게서 정보를 전해들었는지를 잘 알고 있어. 네가 누구를 위해 일하고 그리고 그 녀자까지…”

강호는 말을 끊었다.

“그 녀자까지?”

강표는 전률을 느꼈다. 민혁이와의 불륜동영상으로 가려를 협박한 건 바로 자신이며안과장을 꼬시라고 사주한 것도 바로 자신이다. 오늘 저녁도 그는 민혁이와 안과장이 같이 식사한다는 정보를 가려에게서 전해들었다.

안과장이 정해진 호텔로 가지 않고 이루빠의 비밀거처로가자 가려는 시름놓고 안과장의 침대에 올라 한바탕 놀았다. 그러나 가려는 강표가 안과장의 뒤를 몰래 추적했고 강표의 몰래카메라가 안과장의 세집까지 안장되였다는사실을 알지 못했다.

안과장과 가려가 문을 나설 때만 해도 강표는 대어를낚았다는 기쁨에 가슴이 둥둥 떠있었다. 그러나 그는카메라를 빼내오다가 재수없게 잡혔다. 아니, 따지고 보면 덫에 걸려든 것이다. 모든 걸 지켜보다가 한방에 족친 것이다.

강호가 일어섰다.

“나는 성의를 보일 만큼 다 보였다. 사실 대로 이실직고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지만 그렇지않을 경우, 원망 마라. 열두시 전에 형사경찰에 넘기겠다.”

강호는 말을 마친 후 강표의 대답을 들을 념도 하지않고 나갔다. 최후의 통첩이였다.

벽시계를 쳐다보니 열두시까지 1시간 남았다.

강표는 무너졌다. 공안국 부국장의 사람으로 밖에서 활개치며 자기 노릇을하느냐 아니면 감옥에 가서 몇해 썩느냐하는 관건적인 시점에서 그는 전자를 선택했다. 공안국 부국장이 직접 자기를 잡았을 때에는 필경 자기의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며 써먹을 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마당에서 숨길 것이 없었다. 차라리 확 불어버리고 믿음을 얻는 것이 더 나을 것같다. 담배를 한대 더 청해 피운 후 강표는 입을 악물었다.

“이실직고하겠습니다.”

강표는 호주머니에서 미형카메라를 꺼내주면서 토로했다. 밖에서 심문과정을 동영상으로 지켜보던 강호는 고개를끄덕였다.

불륜동영상을 찍어 협박하는 양아치인 줄로만 알았는데그의 뒤에는 거대한 세력이 있었다. 바로 사채업자장보가 있었고 그 후광은 태평양실업의 왕도였다.

강호는 얽혔던 사건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고 있음을느꼈다.

이튿날 아침, 뉴스타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안마까지 한 강표는 예전과다름 없는 모습으로 거리에 나타났다. 누구도 그가엊저녁까지만 해도 범죄혐의자의 신분으로 구속 직전에 있었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29

힐튼호텔 롱구장 크기의 스위트룸 황금빛 침대 우에는주회장의 마누라 미나와 진성그룹의 진성 리사장이 부둥켜안고 있다.

살아서 처음으로 미나는 이렇듯 정열적인 밤을 보내봤다. 주회장에게 시집 와서 그는 한번도 격정을 느껴본 적이없었고 여지껏 응부하면서 억지로 신음소리를 내며 버텨왔다.

젊은 청년 못지 않은 육체를 가진 주회장이였지만 마음이열리지 않은 섹스는 언제나 동물적인 행위로 끝났고 섹스 뒤끝이면 주회장은 코를 골며 곯아떨어지고 미나는 마치 오물을 씻 듯 피부가 아플 때까지씻고 또 씻었다. 아이를 낳지않았더라면 우울증에 걸려 자살했을지도 모를 미나였다.

그런 미나가 오늘은 옛 련인을 만나 몸과 마음을 활짝열고 한 녀인으로서의 진정한 흥분과 감동과 사랑을 받았다. 자기를 그리며 15년 동안 장가도 가지 않았다는 한 남자 앞에서 미나는 하염없이 흐느꼈다. 자기를 생명처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한 남자를 멀리하고사랑 없는 인생을 살아온 지난 세월이 안타까워 그는 통곡이라도 치고 싶었다.

진성도 마찬가지였다. 사랑했지만 사랑할 수 없었던 남자의 눈물은 피처럼진했다. 미나는 여지껏 바치지 못했던 몸을 진성에게 바쳤고진성의 품에 안겨 하루밤을 보냈다. 간밤에 몇번을치렀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온 저녁 감동과흥분으로 보내다 보니 언제 새벽이 다가왔는지도 몰랐다.

“이젠 죽어도 원이 없어요. 태여나서 오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감히 쳐다보지도, 불러볼 수도 없었던 당신을 보내준 하늘이 감사할 뿐이예요.”

희붐이 밝아오는 창문을 바라보며 리별의 순간이 다가왔음을알게 된 미나가 진성의 품에 꼬옥 안겨들며 말했다.

“같이 가는 거요. 인젠 같이 가는 거라고.”

진성이가 불시로 한바퀴 뒹굴어 미나의 몸을 올라타고말했다.

“네?”

의외의 행동에 놀란 듯 미나는 손짓을 멈추고 몸 우에있는 진성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부드럽게 빛나던진성의 눈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도 같았다.

“내가 돈을 벌었던 리유는 바로 돈 때문에 빼앗겼던 사랑을 찾아오기 위해서였소. 나는 돈으로 흥한 놈이 돈으로 망하는 걸 보려고 청도에왔소.”

“진성씨, 미안해요.”

온 저녁 열번도 더 들었을 그 말을 들으면서 미나는눈물을 흘렸다. 눈귀로 흘러내린눈물은 하얀 베개에 슴배여 금방 사라졌다.

“다시는 놓지지 않을 거야. 그 개 같은 놈이 살아있다 해도 내가 직접 찾아가서 당신을 빼앗아 오려고 했어. 나에게 속했던 것을 워낙 나에게 속했던 사랑을 찾아오려고했단 말이요.”

미나는 남편이 죽지 않았더라면 큰 인명사고가 생길번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나는 자기를내려다보는 진성의 얼굴을 하얀 손으로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전 자격이 없어요. 저는 애 엄마이예요. 나보다 더 좋은 녀자를 만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아니요. 아니란 말이요!”

진성이가 불시로 흐느끼면서 미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한참 흐느끼던 그는 미나의 몸 우에서 내려와 혼자서넉두리하듯 울먹이였다.

“미나가 떠나간 날 내 행복은 날아갔소. 흑흑흑… 남의 안해로 된 당신을 잊으려고 많은 녀자들을 만났지만모두 당신보다 못했소. 당신이 차지하고있는 내 가슴엔 다른 녀자들이 들어설 빈자리가 없소. 당신이 어데서 어떻게 살고 있다는 것도 다 알았고 당신이 울고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살았소. 흑흑흑…”

“진성씨!”

“인젠 제발 나를 놓지 마오. 제발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주오. 누가 내 곁에서 당신을 또 다시 빼앗으려 한다면 난그 자식을 죽일 거요. 가장 잔혹한방법으로 남의 사랑을 쪼개버린 대가를 받게 할 것이요.”

진성은 이를 앙다물고 말했다.

“미안해요. 진성씨! 다, 다 제가 못난 탓이예요. 흑흑흑…”

진성이가 흐느끼는 미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절규하였다.

“아니, 아니야, 이젠 다 지나갔소. 모든 불행이 다 끝나버렸소. 내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해주오. 제발, 영원히 같이 있겠다는 말만 해주오. 이 진성이가 미나의 모든 것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게끔고개라도 끄덕여주오. 하늘과 땅이그리고 우주가 우리의 위대한 사랑을 증명할 수 있게끔 눈이라도 깜박여주오.”

“진성씨!”

“당신과의 만남으로 나는 오늘 인생의 목표를 달성했소. 인생의 의미를 맛보았소. 인생의 가치를 실현했소. 가령 내 심장을 바쳐야 한다면 난 이 순간 달갑게내 심장을 바치겠소. 내 심장을 홰불처럼쳐들고 당신의 앞날을 비춰주고 싶소.”

진성의 도도한 열변은 미나의 온몸을 녹여버렸다. 미나의 고운 얼굴은 홍수가 터지듯 눈물로 넘쳤다.

“진성씨!”

뜨거운 심장은 또다시 하나로 세차게 끓어넘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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