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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국 장편스포츠실화] 챔피언 1965 (9) 희망을 향하여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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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련재

 신철국  장편스포츠실화 

-1965년 길림성축구팀 전국축구 갑급팀련맹경기 우승 실록


연변인민출판사


희망을 향하여


“아니, 경춘이가?”

황택균주임과 함께 부랴부랴 선수들의 숙사로 달려온 박만복은 숙사대문에 들어서자마자 그 자리에 뚝 굳어져버리고말았다.

바닥에 퍼더버리고 앉은 동경춘의 주위에 선수들이 웅기중기 서있는 모습이 한눈에 안겨왔던것이다. 하나같이 우울한 모습들이였다. 지운봉도, 정지승도 그리고 마냥 얼굴에 웃음이 떠날줄 모르던 락천가인 문지기 박장수도…


“아니, 왜들 이래? 왜들 이러고있어 엉? 초상이라도 치르고있는게야?”

황택균주임이 꽥 소리를 질렀다.

“경춘이, 너 왜 병원에서 나왔지? 그래 병은 다 나았어? 이게 뭐야, 이게! 그래 자네들 안중엔 규률도 없고 조직도 없어?”

그때 홍종우의 손끝에서 떨어진 장기쪽이 딱따그르르 박만복의 발치로 굴러왔다. 반질반질 손때가 까맣게 묻은 장기쪽-말(马),정말이지 박만복은 그 장기쪽에 쓰인 글자 말처럼 화닥닥 이 집안을 뛰쳐나가고싶은 심정을 간신히 붙들고있었다.


장기에 들어가서는 내노라 땅땅 큰소리를 치는 홍종우, 왕청현 배초구가 고향인 그는 1.75메터의 신장에 성격 역시 활달한 편이였다. 언제 보아도 그는 숨기는 말이 없이 곧이곧대로 털어내군하였다.


“저 황주임! 그래 국가축구처의 규정대로 우린 그냥 이렇게 강등되는겁니까?”

선수들의 눈길이 박만복의 얼굴로부터 일제히 황택균주임한테로 옮겨갔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아직 정식공문서류가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연변팀이 강등했다는 소문은 동네방네에 쫙 퍼져있었다.

“강등?”

선수들을 빗질하고있는 황택균주임의 눈길이 한겨울의 자정을 지키는 별처럼 싸늘했다.


“그래, 강등이요. 강등이면 또 어째서? 그래 그 강등이 그렇게도 두렵단 말인가? 허허, 패배가 두렵단 말이지?”

선수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으흠, 으흠.”

어색한 침묵만을 더해주는 공연한 기침소리만 여기저기에서 간간이 터지고있었다.

“자, 고개들을 드시오, 사내들이라면 말이요.”

황주임이 손으로 왼편 허리를 잡으며 가슴을 쑥 내밀었다.

“아직 정식으로 통지가 오지 않았지만 우린 확실히 을급으로 떨어졌소. 이건 사실이요. 누구도 예견치 못했던 일이고. 허나 떨어진건 우리뿐이 아니였소. 사천, 복건, 심양부대 등도 을급으로 내려앉게 된거요. 그래 그들도 우리가 생각하는것처럼 운수가 나빴다고 볼수 있겠소? 모든 시합에는 실력이외 여러가지 요소들이 작용하는거잖소. 특히 관심도가 높은 시합일수록 말이요. 하지만

나는 그래도 가장 중요한것은 실력이 아닌가보오.”


장내는 물뿌린듯 조용했다.

“모두들 알다싶이 우리 길림성대는 설립된이래로 근본 10등 아래에 내려간적이 없었소. 우리가 오늘 강등하게 된것은 동무들 뿐만아니라 지도층, 특히 나한테 책임이 크오. 그러나 실패란 병가상사라는 말이 있듯이 실수는 누구나 늘 할수 있는 일이요. 하지만 그 실수에 얽매여서 앞날을 망치는건 어리석은 일이요. 우리는 실패를 정시해야 한단 말이요. 레닌동지께서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하셨소. 우리는 응당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난관을 박차고 나가야 할 앞날을 대비해야 하오. 이게 지금 우리가 빨리 풀어야 할 일인데 이렇게 퍼더버리고 앉아 풀이 죽어있어서야 되겠소? 자고로 우리 조선족은 돌꼭대기에 올려놓아도 산다고 하였소. 고작 이까짓 실패앞에서 무너진다면 장차 더 많은 난관들을 어떻게 헤쳐간단 말이요? 이게 그래 ‘장백호랑이’라고 떠받들리던 우리 길림성대 선수들이였단 말이요?”


황주임의 격앙된 목소리가 집안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동무들, 동무들은 자기가 구경 누구를 대표하고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보기 바라오. 만약 그래도 모르겠다면 내가 대신 알려주지. 동무들이 축구를 하는건 자기 자신만 위한게 아니라 우리 연변, 나아가 길림성, 더 나아가서는 전국의 조선족들을 대표하는것이요.”


황주임은 잠간 말을 끊더니 멀리 창가를 응시했다. 창문밖으로 새로 지은 자전거보관실이 한눈에 안겨왔다. 지그시 그곳을 바라보는 황주임의 가슴이 이름 모를 격정으로 세차게 오르내렸다.


무척 상기된 표정이였다. 황주임의 목 갈린 음성이 다시 집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동무들, 우리 나라는 올해까지 련속 3년이나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자연재해를 입고있는 형편이요. 연변도 마찬가지요. 많은 사람들이 끼니도 제대로 에우지 못하여 병들어 눕고있소. 약조차 부족한 상황이요. 이처럼 어려운 상황임에도 주정부에선 우리 선수들이 배 곯으며 축구를 할가봐 애를 끊이고있소. 저렇게 자전거도 보내오고 또 사탕가루며 콩기름도 보내왔소. 정부와 인민들은 이렇게 동무들을 배려하고 관심하는데 동무들은 도리여 이렇게 풀이 죽어있다니 이게 그래 어디 될 말이요? 혹시 이 자리에 있는 어떤 동무들은 알고있을거요. 올해 2월말에 일본에서 있은 제56회 세계속도스케트선수권대회서 우리 중국선수가 동양인으로서는 처음 우승을 한 사실을 말이요. 1,500메터경기를 전반 아시아에서 최초로 말이요. 그게 누군지 알고있소?”


잠시 말을 끊고 주위를 빗질하던 황주임이 흥분한 어조로 자답했다.


나라를 대표하여 쏘련원정경기에 나선 초창기 길림성축구팀이 국기를 들고 입장하고있다(우).



“‘라치환’이라고 흑룡강성에 있는 분인데 바로 우리 조선족이란 말이요, 조선족! 자, 그래 우리동무들은 자기도 조선족으로서 한번 그처럼 멋지게 해볼 생각이 없단 말이요? 그래 다시 갑급대로 올라갈 신심도 없단 말이요?”


황주임이 재차 물음을 던지자 순간 장내에 우뢰치듯 함성이 터졌다.

“있습니다! 있습니다-아!”

“래일의 승리를 위하여-”

“분투, 분투, 분투-우!”

주먹을 불끈 쥐고 일사불란하게 웨치는 선수들의 격앙된 모습을 바라보며 박만복은 솟구치는 격동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일어나리라, 내 반드시 일어나고말리라! 넘어진 곳에서 다시 일어나는 장한 대장부가 되여 진정 사나이란 이름에 떳떳하리라!


제56회 세계속도스케트선수권대회 1,500메터경기에서 우승을 따낸 중국조선족선수 라치환.


“그리고 동경춘.”

그때 황택균주임이 동경춘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허리를 굽혀 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음, 안색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는걸. 근데 동무한테 욕부터 해야겠소. 우리 대가 강등했다니 기분이 나쁘겠지만 현실을 정시해야 한단 말이요. 또다시 이런 일이 있었다간 경을 칠줄 아오. 동무한텐 무엇보다도 어서 병을 치료해가지고 훈련에 나서는게 임무란 말이요. 알겠소? 그래서 그 울분을 동력으로 바꿔 다음해 경기에서…”


코등이 시큰해난 동경춘은 황급히 눈시울에 손을 가져갔다.

저도 몰래 눈가에 이슬이 그렁그렁했다.

“자, 동무들! 이제 오라지 않아 우린 남방으로 겨울철훈련을 떠나게 되오. 이번 훈련에서 모든 선수들은 지도원의 말을 잘 듣고 땀을 많이 흘려야 하겠소. 그래서 새해에는 두개 밖에 없는 갑급팀자격을 꼭 따내여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겠소. 나는 동무들을 믿소. 연변은 동무들을 믿소! 전국의 조선족들도 동무들을 굳게 믿소!”

“쾅!”

갑자기 불어치는 바람에 대문이 활짝 열렸다. 창밖에는 언제부터인지 모진 바람이 터지고있었다. 보이지 않는 그 어떤 무궁무진한 힘과 부푼 희망이 깃든 황택균주임의 마디마디는 창밖에서 휘몰아치는 광풍과 함께 저 멀리로 울려가고있었다…

(계속)


[신철국 장편스포츠실화] 챔피언 1965


차례(지난 기사는 클릭해 볼수 있습니다)

제1장 시련의 계단

봉변/기회의 신(神)결심출국 류학스승의 마음 문제는 어디에?축구의 고향 잊은것과 잃은것/ 어려운 세월에 제로의 답안 /맨발의 선수 첫발자국 /희망을 향하여 


제2장 재기의 언덕

“백전로장” 원수(元帅)가 준 별호 최초의 전설들(1) 최초의 전설들(2) 

새로운 출발 “3종1대”개천의 룡들(1) 개천의 룡들(2) 이사도(二沙岛) 

희로애락 “몰인정”했던 리유 뒤로 밀린 리발 신입대원 정동권 

제3장 승자는 말한다

원자탄 불청객 분노의 벽 빅장대결 귀로의 기쁨 영광의 서장(1) 영광의 서장(2) 불멸의 승부(1) 불멸의 승부(2)




신철국

작가


연길명동문화예술원

부원장

【신철국 작가 프로필】

1971년 왕청현 하마탕향 전하촌(汪清县蛤蚂塘乡前河村)출생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졸업


연변민족문학원(제1기/1994년), 로신문학원(제30기중청년고급연구토론반·아동문학/2016년) 수료.


‹중국조선족백년실록›집필위원회 위원(스포츠) 력임.


연변텔레비죤방송국 청소년부, '흑룡강신문','길림신문'에서 다편간 편집, 기자로 활약. 연변작가협회 회원.


1986년 아동소설 '신방주인'으로 등단.


'화신문학상','압록강문학상','흑토문학상','연변라지오문학상','상익컵 실화문학상' 등 수상경력 다수. 


단행본 장편스포츠실화 ‹챔피언 1965› 출간.


공저로 ‹60주년에 만난 60인›, ‹중국조선족백년실록›, ‹연변축구의 발자취를 찾아서› 등이 있음.


현재 명동문화예술원 부원장 겸 글짓기지도로 근무.

 

 안내 : "문학작품"은 sinbalam과 위챗친구하여 보내주시면 등재해드립니다.-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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